카메라를 들고 나와서 어느 순간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결정하는 지점이 있다. 그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다. 사진이 어느 정도 나온 날도 있고, 거의 못 건진 날도 있는데 이상하게 발걸음이 집으로 향하는 때가 있다.
피곤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시선이 멈추는 빈도가 줄어들 때가 더 많다. 처음 나왔을 때는 벽이든 그림이든 사람 뒷모습이든 계속 눈에 걸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풍경으로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상태가 되면 억지로 더 찍어봐야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돌아가기로 결정한 뒤에도 가끔 미련이 남아서 한 골목만 더 들어가 볼 때가 있다. 대부분은 기대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눈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억지로 찾으려 하니까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억지로 프레임에 넣게 된다. 그런 사진들은 나중에 거의 다 지우게 된다.
반대로 너무 일찍 집으로 향했을 때 나중에 ‘조금만 더 있을걸’ 하는 후회가 남는 날도 있다. 특히 빛이 좋아지려던 찰나에 돌아왔을 때 그렇다. 그 후회가 다음번에 조금 더 버티게 만들기도 한다.
집에 가는 결정을 내리는 순간은 결국 오늘의 나와 타협하는 시간인 것 같다. 욕심과 체력, 그리고 지금의 시선 상태 사이에서 어느 지점을 선택할지 정하는 일. 그 선택이 항상 옳지는 않다. 그래도 그때그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돌아왔다. 시선이 먼저 멈추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집에 와서 카메라를 내려놓으니 그제야 다리가 무거운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