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지 않고 하드 어딘가에만 남겨둔 사진들이 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고, 구도가 특별히 나쁜 것도 아닌데 그냥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대개 그날의 私人적인 상태와 너무 깊게 연결되어 있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날의 거리,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했던 오후의 골목,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 무작정 걸었던 길. 그런 날 찍은 사진들은 나중에 보면 그 감정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사진 자체가 슬프거나 어두운 건 아닌데, 나에게만 그 맥락이 선명하게 붙어 있다.
이런 사진들을 공개하면 사람들이 그냥 ‘흑백 거리 사진’으로만 볼 거라는 걸 안다. 그런데 나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당시의 감정까지 같이 소환된다. 그 간극이 불편하다. 내가 느낀 것과 남이 보는 것 사이의 거리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사진들은 시리즈에도 넣지 않고, 파일명도 대충 남겨둔다. 가끔 정리하다가 우연히 다시 마주치면 잠시 들여다보다가 다시 폴더를 닫는다. 지우지는 않는다. 아직은 지우고 싶지 않다. 나에게만 남은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있어서다.
사진을 공개한다는 건 결국 내 시선의 일부를 남에게 내주는 일이다. 모든 시선을 다 내주고 싶지는 않다. 어떤 것들은 그냥 나만 알고 있는 채로 남겨두고 싶다.
오늘 하드를 정리하다가 그런 사진 하나를 다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