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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좀 찍는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정리해본 것들

작년에 카메라 하나 질러놓고 반년 동안 거의 오토모드로만 찍었다. 나름 비싼 거 샀는데 폰카랑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서 좀 억울했었는데, 알고 보니 문제는 카메라가 아니라 나였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직접 찍어보면서 조금씩 나아진 것들을 정리해본다. 거창한 이론보다는 그냥 “아 이거 알았으면 진작 더 잘 찍었겠다” 싶었던 것들 위주로.

그리드선 켜는 것부터

이거 진짜 별거 아닌데 효과는 크다. 카메라 설정에서 격자선(9분할) 켜놓고, 사람이든 건물이든 정중앙에 딱 놓지 말고 선 교차되는 지점 근처에 놔보면 된다. 처음엔 어색한데 며칠 하다 보면 눈이 자동으로 그렇게 구도를 잡는다. 인물 찍을 때 눈을 그 교차점에 맞추면 확실히 사진이 안정적으로 보인다.

빛 안 좋으면 그냥 안 찍는다

한낮에 찍은 사진들 다시 보면 대부분 그림자가 너무 진하고 얼굴에 이상한 명암이 생겨 있다. 반대로 해질 때쯤, 그러니까 저녁 6~7시쯤 나가서 찍으면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인데도 훨씬 부드럽고 예쁘게 나온다. 이 시간대를 흔히 골든아워라고 부르는데, 굳이 용어 몰라도 “해 질 때쯤 나가서 찍기”만 기억하면 된다. 역광일 때는 인물이 어둡게 나오니까 노출을 살짝 올려주거나 밝은 벽 쪽으로 사람을 살짝 돌려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배경에 뭐가 있는지 한 번 더 보기

이건 습관의 문제다. 셔터 누르기 전에 배경에 쓰레기통이나 전선, 지나가는 사람 뒷모습 같은 게 걸려있지 않은지 한 번만 훑어봐도 결과물이 확 달라진다. 배경이 복잡해서 못 피할 상황이면 조리개값을 낮춰서(숫자를 작게) 배경을 흐리게 날려버리는 것도 방법. 폰이라면 인물모드 켜면 비슷한 효과가 난다.

수평,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은근히 티난다

여행 사진 정리하다 보면 수평 삐뚤어진 사진이 생각보다 많다. 바다나 건물 찍을 때 살짝만 기울어도 사진이 이상하게 불안정해 보인다. 요즘 카메라나 폰은 수평 가이드 기능이 있으니까 켜놓고 찍고, 후보정 앱에서도 수평 맞추기는 기본으로 하는 편이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 이 세 개는 결국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솔직히 처음엔 이 세 개 개념이 헷갈렸는데 몇 달 찍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이 잡혔다.

  • 조리개 숫자 낮추면(F1.8 같은) 배경 흐려지고 빛도 많이 들어옴
  • 셔터스피드 빠르면 움직이는 애들 반려동물이나 아이들 사진 찍을 때 흔들림 없이 나옴, 느리면 야경에서 빛 궤적 같은 게 나옴
  • ISO 올리면 어두운 데서도 밝게는 나오는데 사진이 좀 거칠어짐(노이즈)

이 세 개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게 결국 사진 찍는 재미인 것 같다. 처음엔 오토로 찍다가 반자동(조리개 우선 같은) 모드부터 써보는 걸 추천한다.

눈높이 말고 다른 각도도 써보기

계속 서서 눈높이로만 찍다가 한 번은 쪼그려 앉아서 낮은 각도로 찍어봤는데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음식은 위에서 살짝 비스듬히, 건물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듯이, 인물은 살짝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찍으면 다들 좋아하더라. 같은 장소, 같은 사람이라도 각도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 사진이 새로워진다.

보정은 왜곡이 아니라 마무리 작업

보정 얘기하면 “그거 다 뽀샵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날 눈으로 본 색감이랑 밝기를 사진에 최대한 비슷하게 옮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과하게 만지면 오히려 어색해지니까, 원본이랑 비교해가면서 적당히만 하는 게 좋다.


결국 장비보다 습관이 더 큰 것 같다. 비싼 렌즈 하나 사는 것보다 위에 적은 것들 몇 개만 몸에 익혀도 사진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나도 아직 배우는 중이라 다음에 또 뭔가 알게 되면 추가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gh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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