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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 생각 · 제작기

번역 아카이브

같은 고전을 출판사마다 다르게 옮긴 걸 나란히 놓고 보고 싶다고 했다. 조건은 하나였는데 그게 제일 까다로웠다 — 출판된 번역문은 절대 지어내지 말 것. 지금 작품 1,232권, 판본 1,484종이 들어가 있다.

111권에서 1,232권이 됐다

처음 채운 건 111권이었다. 여기에 국내 8개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카탈로그를 통째로 들여왔다 — 민음사(세계문학전집 501권), 문학동네, 열린책들, 을유문화사, 문학과지성사, 문예출판사, 시공사, 현대문학. 한 번에 1,254권이 됐고, 중복을 정리하고 남은 게 1,232권이다. 작가로 세면 684명이다.

같은 책이 두 번씩 올라와 있었다

전집 목록을 그대로 합치니 예상대로 엉켰다. 같은 책인데 출판사마다 제목 표기가 달라서 따로 등록된 게 22건이었고, 같은 작가가 표기 차이로 두 사람처럼 갈라진 것도 12건 더 있었다. 톨스토이도 그중 하나였다. 이건 전부 병합하고, 검색은 예전 표기로 쳐도 잡히도록 별칭을 인식하게 고쳤다. 3권짜리 전집이 번역가·출판사 목록에서 세 줄로 늘어지던 것도 한 줄로 접었다.

번역문은 지어내지 않는다

이 사이트가 제일 쉽게 망가지는 방법은 그럴듯한 번역문을 지어내는 거다. 문장이 그럴듯하면 틀린 걸 알아채기도 어렵다. 그래서 원칙을 데이터 안에 문장으로 박아뒀다 — "출판 번역문은 임의로 생성하지 않고, 공개 원문을 대조한 아카이브 직접 번역은 출판 번역과 명확히 구분한다." 그 결과 번역문 발췌가 붙은 판본은 1,484종 중 200종뿐이다. 출처가 달린 건 YES24 167건, 알라딘 9건, Project Gutenberg 20건, 공개 원문 15건. 나머지는 발췌 없이 서지 정보만 있다. 없는 걸 채우는 대신 빈 채로 뒀다는 뜻이다. 마지막 검증은 2026년 9월 14일에 돌렸고, 106권을 원문과 문장 단위로 대조했다.

1,232권을 다 늘어놓으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작품 목록에 1,232권을 전부 깔아보니 정작 비교할 게 없는 책이 대부분이라 화면만 길어졌다. 그래서 첫 화면 그리드에는 번역 판본이 3종 이상인 작품만 올렸다 — 59권이다. 판본이 1종뿐인 작품이 1,098권으로 제일 많은데, 이건 검색이나 번역가·출판사 디렉터리로 들어가면 나온다. 문장 비교가 붙은 작품은 111권이고, 비교 구간은 163개다.

빈칸은 손으로 메웠다

전집 카탈로그에는 번역가나 출간연도가 빠진 판본이 꽤 있었다. 42개 판본의 번역가·연도를 따로 찾아 채웠고, 첫 화면에 걸리는 59권은 원작 발표연도까지 빠짐없이 메웠다. 반대로 새움 판본 하나는 아예 목록에서 뺐다. 번역가나 작가 이름을 누르면 약력이 그 자리에서 펼쳐지는데, 지금 31명분이 들어가 있다.

어디를 비교로 잡을지가 일이었다

번역을 비교하려면 먼저 "같은 자리"를 정해야 한다. 아무 데나 집으면 판본마다 쪽수도 장 구분도 달라서 나란히 놓을 수가 없다. 비교 구간은 163개인데, 판본이 달라도 같은 자리라고 확정되는 지점에 몰려 있다 — 문단 비교 101개, 첫 문장 33개, 1장 첫 문단 7개. 나머지는 마지막 문장이나 유명 독백처럼 위치가 분명한 대목만 골랐다. 163개 전부 원문이 같이 붙어 있어서, 안나 카레니나면 러시아어 원문이 맨 위에 오고 그 아래 번역들이 놓인다. 번역끼리만 견주는 게 아니라 원문과 대조하면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제사(에피그래프)가 따로 있는 작품 35권은 그것도 적어뒀다.

사용법

상단 탭은 작품·문장 비교·번역가·출판사·저장 다섯 개다. 어디서든 /를 누르면 작품·작가·번역가·출판사·ISBN을 한꺼번에 검색한다. 제일 볼 만한 건 문장 비교다. 예를 들어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에는 여섯 판본이 나란히 붙는데, 민음사 연진희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문학동네 박형규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열린책들 이명현은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로 시작한다. 같은 러시아어 한 문장이다. 눈에 띄는 판본은 저장해두면 '저장' 탭에 모이고, 작품마다 댓글을 달 수 있는데 로그인은 ghmun.com 구글 계정을 그대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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