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생각 · 2026-10-09

세계문학 번역본 1,447종을 세어 보니

번역 아카이브(/classics)에는 세계문학 1,232개 작품과 그 한국어 판본이 정리되어 있다. 자체 번역 35건을 빼면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이 1,447종이다. 이 숫자를 한 번 세어 보면 “어떤 작품이 번역본이 많은가”뿐 아니라 “한국의 세계문학 출판이 어떤 모양인가”도 보인다. 아래 숫자는 모두 이 아카이브의 데이터 파일(2026년 9월 14일 점검분)을 직접 세어 얻었다.

작품의 87%는 번역본이 한 종뿐이다

작품별로 출판사 판본이 몇 종인지 세면 이렇다.

판본 수작품 수
0종 (자체 번역만 있음)30
1종1,075
2종72
3종21
4종14
5종12
6종7
7종1

1,232개 작품 가운데 1종뿐인 작품이 1,075개로 87%다. 번역본을 “비교해서 고를” 수 있는 작품, 곧 2종 이상인 작품은 127개로 10%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 127개 작품이 가진 판본을 더하면 372종으로, 전체 1,447종의 4분의 1이 넘는다. 번역본이 여러 개인 작품에 판본이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가장 번역본이 많은 작품

판본이 가장 많은 작품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로 7종이다. 민음사(2009), 문학동네(2009), 열린책들(2024), 펭귄클래식코리아(2013), 작가정신(2010), 범우사(2000), 창비(2019)에서 나왔다. 6종인 작품은 일곱 개다.

5종인 작품도 열두 개다. 『변신』, 『데미안』, 『동물농장』, 『인간 실격』, 『말테의 수기』, 『페스트』, 『소송』, 『프랑켄슈타인』, 『햄릿』, 『좁은 문』, 『젊은 예술가의 초상』, 『더블린 사람들』이다. 저작권이 풀린 지 오래된 작품이 많고, 20세기 초중반 작품도 섞여 있다. 작가별로 보면 판본이 3종 이상인 작품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톨스토이(5개 작품), 도스토옙스키(4개), 카뮈·헤세·괴테(각 3개)다.

첫 판본과 마지막 판본 사이는 얼마나 벌어지나

같은 작품의 가장 오래된 판본과 가장 새 판본 사이가 가장 벌어진 작품은 『동물농장』과 『햄릿』으로 27년(1998~2025)이다. 『변신』은 26년(1998~2024), 『마담 보바리』는 26년(2000~2026)이다. 이런 작품은 같은 책을 20년 넘는 간격을 두고 다시 번역한 경우다. 말투가 바뀌고, 원전 판본에 대한 이해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아카이브가 같은 구절의 번역을 나란히 놓는 이유가 바로 이런 간격이다.

2000년대 민음사 독주에서 여러 출판사로

판본이 출간된 연대를 세면 1990년대 27종, 2000년대 345종, 2010년대 641종, 2020년대(2026년 판본 포함) 426종이다. 2020년대 판본은 2025년이 87종으로 가장 많다. 연 단위로는 2020년 54종, 2021년 65종, 2022년 71종, 2023년 47종, 2024년 71종이다.

출판사 구성도 달라졌다. 2010년 이전에 나온 판본 372종 중 민음사가 189종으로 절반(51%)이었다. 문학과지성사가 70종, 열린책들이 68종이었고, 문학동네는 13종이었다. 2020년대 판본 426종에서는 민음사가 106종(25%)으로 줄었고, 문학동네가 81종, 현대지성이 49종, 을유문화사가 47종, 열린책들이 45종, 문학과지성사가 41종이다. 현대지성의 가장 오래된 판본은 2015년 것이다. 전체 기간으로 보면 상위 5개 출판사(민음사 396종, 문학동네 238종, 열린책들 227종, 문학과지성사 171종, 을유문화사 143종)가 1,175종으로 81%를 차지하지만, 새로 나오는 판본의 몫은 더 넓게 퍼지고 있다.

번역가는 697명, 그중 많이 번역한 사람

판본에 이름이 오른 번역가는 697명이다. 한 사람이 가장 많은 판본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박문재 25종, 이종인 19종, 송병선 18종, 김화영 13종 순이고, 이항재·김욱동·홍성광·정영목이 각 11종이다.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한 사람으로는 이항재와 임미경이 5곳, 이재황·김재혁·윤진·정상준이 4곳이다.

읽을 때 주의할 점

번역 아카이브 직접 써보기ghmun.com/classi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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