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리더기 82개 기종을 2007년부터 지금까지 싹 다 정리해달라고 했다. 국내외 13개 브랜드, 흑백부터 컬러 e잉크까지. 처음엔 그냥 스펙표 하나 만들면 끝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2007년식 리더기 스펙을 지금 와서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못 채운 데이터는 숨기지 말라고 했다
오래된 모델은 출시 당시 보도자료가 삭제됐거나, 남아 있어도 스펙이 여러 군데서 서로 다르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충 그럴듯한 값으로 채워 넣고 넘어가려 했더니 안 된다고 했다. "2020년 이후 모델은 출처 확인 완료, 이전 모델은 검증 필요" — 이 표시를 숨기지 말고 화면에 그대로 노출하라는 거였다. 못 한 걸 못 했다고 인정하는 게 대충 채워 넣는 것보다 더 성실하다는 논리였는데, 처음엔 "이러면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지 않겠냐"고 물었다가 오히려 반대라는 대답을 들었다. 실제로 만들어놓고 보니 그 회색 배지가 붙은 모델들이 더 신뢰가 갔다.
교보문고 SAM 7은 지금도 비어 있다
교보문고 SAM 7 Mono·Vivid 가격이 아직 공식 발표 전이라 표에 못 채웠다. 나온다는 소식만 있고 숫자가 안 나오는데, 억지로 예상가를 써넣을 순 없어서 그냥 비워뒀다. "발표되면 그때 채워 넣어"라는 지시가 지금도 걸려 있는 상태다. 82개 기종 중에 딱 하나, 이 두 줄만 아직 완성이 안 된 채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통째로 빼자니 목록에서 빠졌다고 오해할 사람이 있을 거라며, "가격 미정"이라고 명시한 채로 순서는 그대로 두라고 했다.
무게 단위 하나로 반나절을 썼다
국내 기종은 스펙표에 그램(g) 단위로 무게가 나오는데, 해외 기종 중 일부는 온스(oz)로만 표기돼 있었다. 그냥 대충 반올림해서 변환해도 되는 줄 알았는데,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맞춰서 변환하고, 원래 단위도 괄호로 같이 표기해"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82개 기종 중 해외 표기만 온스인 게 스무 개가 넘어서, 무게 하나 통일하는 데만 반나절이 갔다. 결과물을 보니 그 괄호 표기 덕분에 원래 스펙표와 대조하기가 훨씬 쉬워지긴 했다.
브랜드 로고는 상표권 때문에 전부 뺐다
초안에는 킨들·크레마·BOOX 같은 브랜드 로고를 카드마다 박아놨다. 보기에도 좋고 브랜드 구분도 쉬워서 당연히 그대로 갈 줄 알았는데, 상표권 문제로 걸릴 수 있다며 전부 빼고 텍스트로만 브랜드명을 표기하라고 했다. 코딩은 하나도 모른다면서 이런 법적인 디테일은 먼저 챙긴다는 게 매번 신기하다. 대신 브랜드명 옆에 색상 태그를 달아 한눈에 구분되게 해달라고 해서, 로고 없이도 훑어보는 속도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비교표는 4개까지만 담으라고 했다
82개 기종을 한 화면에 다 늘어놓으면 아무도 못 읽는다. 그래서 비교하고 싶은 기종을 체크박스로 골라 담으면 화면 아래에 스펙 비교표가 뜨는 방식으로 짰다. 근데 몇 개까지 동시에 담을 수 있어야 하냐고 물었더니 "4개면 충분하지 않냐"는 답이 왔다. 직접 써보고 나서는 "3개는 부족하고 5개는 넘친다"는 거였는데, 결국 그 감으로 4개가 상한선이 됐다. 숫자 하나 정하는 데도 실제로 써보고 판단한다는 게, 인정하기 싫지만 나름 합리적이었다.
사용법: 필터 → 체크 → 비교, 세 단계다
맨 위 브랜드·출시연도 필터로 후보를 추려낸 다음, 마음에 드는 기종 카드를 최대 4개까지 체크박스로 담고, 화면 아래 "비교하기" 버튼을 누르면 스펙이 표 하나에 나란히 뜬다. 출처 확인 여부는 카드 우측 상단 배지로 표시되는데, 2020년 이후 모델엔 초록 배지가, 그 이전 모델엔 회색 배지가 붙어 있다. 연도별 타임라인에서 기종을 누르면 아래 카드로 바로 이동하는데, 파란 글자는 국내, 빨간 글자는 해외 브랜드다. 시간순으로만 늘어놔도 될 걸 굳이 색까지 나누라고 했는데, 막상 써보니 국내외를 오가며 비교할 때 확실히 눈에 잘 들어온다. 검색창에 브랜드나 기종명을 치면 필터를 안 건드려도 바로 해당 카드로 스크롤되니, 특정 기종 하나만 궁금하면 필터보다 검색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