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장소 · 2026-10-09

도시가 통째로 옮겨 가는 곳, 키루나

스웨덴 북쪽 키루나는 도시 전체가 옮겨 가는 중이다. 「스웨덴, 읽으며 걷다」(/sweden)에는 키루나 시내 장소가 14곳 들어 있는데, 이 장소들을 한 줄로 이어 읽으면 “광산이 도시를 만들고, 다시 도시를 옮긴다”는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지도의 설명을 순서대로 엮어 정리한다. 연도와 수치는 지도 데이터에 적은 내용이며, 마지막에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적었다.

1900년, 광산 회사가 계획한 도시

키루나는 철광석 때문에 생긴 도시다. 광산 회사 LKAB의 초대 광산장 얄마르 룬드봄(1855~1926)은 광산촌을 사람이 살 만한 도시로 만들려고 했다. 건축가를 불러 마을을 계획하게 했고, 화가와 작가들을 북쪽으로 초대했다. 1900년 회사는 도시 계획가 페르 올로프 할만에게 도시 계획을 맡겼다. 할만은 해가 잘 드는 남향 비탈을 골랐고, 길을 바둑판처럼 곧게 내지 않고 땅의 높낮이를 따라 굽게 냈다. 길이 바람 통로가 되지 않게 하고 집집마다 산과 호수가 보이게 하려는 설계였다. 큰 광장 하나를 두는 대신 길모퉁이마다 작은 녹지를 두었다.

이 계획의 흔적이 1912년에 지은 키루나 교회다. LKAB가 광부들에게 선물한 붉은 나무 교회이고, 사미족의 원뿔 천막(코타)에서 모양을 따왔다. 2001년 국민 투표에서 “1950년 이전에 지은 스웨덴 최고의 건물”로 뽑혔다고 한다. 회사가 세운 도시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물이 회사가 광부에게 준 교회라는 점이 흥미롭다.

도시 아래의 광산, 그리고 2004년의 결정

키루나 바로 아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지하 철광산이 있다. 광석을 아래로 파 들어가는 공법 때문에 땅이 갈라지며 도시 쪽으로 다가왔다. 지도에 적힌 LKAB 광산 방문 센터 설명에 따르면 키루나바라 산을 위에서부터 파 들어가 지금은 지하 1,000m 넘게 내려갔고, 방문객은 지하 540m의 견학 구역까지 버스로 내려간다. 광석은 1902년에 놓인 철광석 철도로 노르웨이 나르비크 항구까지 실려 간다. 2023년 LKAB는 이 근처에서 유럽 최대 규모의 희토류 광상을 찾았다고 발표했다.

2004년 키루나는 도시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도시 전체가 동쪽으로 약 3km 옮겨 가는 중이고, 계획은 2030년대까지 이어진다. 아파트 수천 채가 헐렸고, 아끼던 집 몇십 채는 통째로 트레일러에 실려 갔다.

무엇을 옮기고 무엇을 버리는가

이전은 짐을 싸는 일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고르는 일이었다. 두 가지 사례가 지도에 들어 있다.

새 도심은 더 춥다

할만이 일부러 피하려 했던 문제가 새 도심에서 되살아났다는 연구가 있다. 지도 설명에 따르면 2025년 예테보리 대학 연구는 새 도심이 옛 도심보다 겨울에 최대 10도까지 춥다고 밝혔다. 새 도심은 찬 공기가 고이는 낮은 땅에 있고, 곧은 길과 높은 건물 때문에 낮은 겨울 해가 땅까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 제목은 “겨울을 잊은 북극 도시”였다. 125년 전 계획가가 땅의 높낮이와 햇빛을 읽고 길을 굽혔던 이유가 이전 과정에서 반대로 증명된 셈이다.

이 땅의 첫 이름

키루나의 사미어 이름은 “기론(Giron)”, 핀란드어 이름은 “키이루나(Kiiruna)”이고 둘 다 뇌조라는 새를 뜻한다. 주민은 사미, 토르네달 핀란드계, 스웨덴계가 섞여 있고 표지판에 언어가 여러 개 적힌다. 철광석이 발견되기 훨씬 전부터 이 땅은 순록을 따라 움직이는 사미 사람들의 땅이었다. 사미 순록치기 요한 투리가 사미 사람이 쓴 첫 책을 낼 때 출판을 도운 사람이 룬드봄이었다는 사실도 지도에 적혀 있다. 도시를 만든 사람과 그 땅의 원래 주민이 한 이야기 안에 함께 나온다.

걸어서 확인하는 방법

지도에서 위쪽 도시 단추를 ‘키루나’, 범위를 ‘시내’로 고르면 14곳이 나온다. 루오사바라 산(726m)에 오르면 남쪽으로 키루나바라 광산과 옛 도심, 옮겨 가는 새 도심이 한눈에 보인다. 옛 시청 자리는 광산 변형 구역 안이라 울타리로 막혀 있을 수 있다. 우주물리연구소(1957년 설립)와 사라진 옛 시청 자리, 룬드봄의 집(1899)은 별 개수가 낮지만 이야기를 이어 읽을 때 빠지면 안 되는 곳이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지도는 스웨덴, 읽으며 걷다에서 볼 수 있고, 만든 과정은 제작기에 있다.

스웨덴, 읽으며 걷다 직접 써보기ghmun.com/swed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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