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은 사진을 고르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수백 장을 찍어도 남기는 건 몇 장 안 된다.
고르는 기준이 명확한 건 아니다. 그냥 ‘이 사진은 남을 만하다’는 느낌이 오는 것만 남긴다. 기술적으로 완벽해도 느낌이 없으면 버린다. 반대로 조금 흔들렸거나 노출이 아쉬워도, 그날의 공기가 남아 있으면 남긴다.
고르다 보면 내가 어떤 사진을 반복해서 찍고 있는지 보인다. 비슷한 구도, 비슷한 시간대, 비슷한 장소. 그걸 발견할 때마다 약간 민망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게 그것이니까.
가끔은 고르다가 다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날 찍은 게 전부 마음에 안 들 때. 그런데 대부분 한두 장은 남게 된다. 완전히 버릴 만큼 아무것도 없는 날은 생각보다 드물다.
사진을 고르는 시간은 결국 나를 다시 보는 시간인 것 같다. 뭘 보고 다녔는지, 어디에 멈춰 섰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니까.
오늘은 고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남긴 건 세 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