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다음 날이 사진 찍기 좋다. 길이 젖어 있고, 하늘이 맑아지고, 그림자가 평소보다 또렷하다.

물웅덩이에 비친 건물이나 전봇대가 특히 좋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장면이 비 때문에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반사되는 빛 때문에 거리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다만 비가 완전히 그친 직후가 제일 좋다. 아직 물이 남아 있을 때. 하루가 지나면 마르고, 다시 평소의 거리로 돌아간다.

비 오는 날 자체는 잘 안 찍는다. 장비가 젖는 것도 귀찮고, 우산 쓴 사람들 사이로 다니기도 불편하다. 그보다 비가 남긴 흔적을 찍는 쪽이 더 끌린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오늘 나갔다. 평소에 자주 가던 골목인데, 물기 때문에 바닥 질감이 다르게 보였다. 그걸로 몇 장 찍었다.

특별한 사진은 아니었다. 그래도 비 온 다음 날의 공기는 확실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