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된 사진을 지울 때

사진을 고르다 보면 ‘거의 다 됐는데’ 싶은 것들이 꼭 나온다. 구도도 나쁘지 않고, 빛도 적당하고, 타이밍도 큰 문제는 없는데 어딘가 한 군데가 거슬린다. 사람이 반쯤 잘렸거나, 배경에 이상한 간판이 들어갔거나, 그림자가 기대한 방향으로 안 졌거나. 그런 사진들을 남길지 말지 한참을 고민한다.

예전이라면 대부분 남겼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보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지금은 거의 지운다. 거의 다 된 사진이 오히려 더 거슬린다. 완전히 실패한 사진은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는데, 아쉬운 사진은 계속 신경이 쓰인다. 하드에 남겨두면 나중에 또 열어보게 되고, 열어볼 때마다 ‘이것만 조금만 달랐으면’ 하는 생각이 반복된다.

지우는 순간의 기분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공을 들인 시간을 그냥 없애버리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도 지우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진다. 남겨둔 사진들만 남아서 기준이 더 선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사진들이 섞여 있으면 전체적인 밀도가 떨어진다.

가끔은 너무 엄격하게 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 내 기준이 바뀌면 그때의 아쉬운 사진이 오히려 더 정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보다 현재의 기준을 지키는 쪽이 더 중요하다. 기준이 흐려지면 다음에 찍을 때도 영향을 받으니까.

오늘은 거의 다 된 사진을 여섯 장 지웠다. 지우면서 조금 아까웠다. 그래도 남긴 세 장이 더 또렷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