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골목을 반복해서 가게 되는 이유
특정 골목을 이유 없이 반복해서 가게 될 때가 있다. 처음 갔을 때 특별한 사진을 건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발길이 그쪽으로 향한다.
그 골목만의 빛 방향이 나에게 맞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후의 특정 시간대에 벽이 어떤 각도로 빛을 받는지, 그림자가 어느 지점까지 늘어나는지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골목보다 그곳이 더 ‘찍을 만하다’는 감각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반복해서 가다 보면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벽에 새로 붙은 스티커, 누군가 버려두고 간 우산, 이전에 없던 전단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나뭇가지 그림자. 그런 사소한 차이들이 같은 장소를 다시 가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물론 같은 곳을 너무 자주 가면 시선이 둔해지기도 한다. 익숙해지면 더 이상 새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일부러 다른 방향으로 걷는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골목이 궁금해진다. 마치 확인하러 가는 기분이다. ‘아직도 그 빛이 그대로인지’ 보러 가는 것 같다.
같은 장소를 반복하는 건 나태함일 수도 있다.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기보다 이미 아는 곳에서 해결하려는 게으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게으름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기로 했다. 한 장소를 오래 지켜보는 일도 나름대로의 깊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 골목을 지나왔다. 이번에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다음에도 또 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