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기다리는 일

명동이나 홍대, 성수 같은 곳을 걸을 때 제일 자주 하는 생각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까’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사진이 산만해진다.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없으면 허전하다. 적당한 밀도가 필요하다.

요즘은 사람을 피하기보다 기다리는 쪽에 가깝다. 먼저 배경이 괜찮은 자리를 찾아놓는다. 벽의 질감이나 그림자 방향, 전신주 위치 같은 걸 보고 그 앞에서 누가 지나가 주기를 기다린다. 몇 분씩 그냥 서 있는 시간이 생겼다. 기다리는 동안 주변이 더 자세히 보인다. 바닥에 떨어진 전단 조각, 벽에 붙은 오래된 스티커, 바람에 살짝 움직이는 전선. 그런 사소한 요소들이 나중에 사진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건 결국 타이밍을 견디는 일이다. 서두르면 대부분 실패한다. 너무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다가 정작 아무것도 못 찍고 돌아오는 날도 있다. 그래도 그 기다리는 시간이 완전히 無駄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카메라를 들고 不动으로 서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가끔 이상한 눈으로 본다. 신경 쓰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무시한다. 나는 그 자리에 잠시 빌린 사람일 뿐이니까.

오늘도 한참을 서 있었다. 결과물은 기대보다 못했다.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본 것들은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도 기억에 조금 남았다.